상냥한 Book차장의 책 이야기

잘 사는 것? 잘 죽는 것?[숨결이 바람될 때 / 난이도 ★★☆ / 추천 ★★☆] 본문

잘 사는 것? 잘 죽는 것?[숨결이 바람될 때 / 난이도 ★★☆ / 추천 ★★☆]

Book차장 2017. 6. 23. 12:30

벌써 일주일이 지나 금요일입니다. 그리고 다음주만 지나면 올해도 반이 지나갑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수록 시간이 더 빨라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 어느 순간 죽음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많이 생각하는 날이 오겠죠? 아. 이렇게 우울하게 시작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갑자기 우울해지네요. ^^;; 어쨌든 죽음이라는 개념을 알기 시작할 때부터 사람들은 죽음과 삶의 의미에 대해 문득문득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려고 하는 책은 작년에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던 '숨결이 바람될 때'입니다.(플러그인으로 책을 넣으려니 리커버 특별판 밖에 없네요. ^^;;)

숨결이 바람 될 때 - 리커버 특별판
국내도서
저자 : 폴 칼라니티(Paul Kalanithi) / 이종인역
출판 : 흐름출판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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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들에서 이 책을 소개할 때, '늘 환자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의사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쓰게 된 에세이라고 했는데요. 죽음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해왔을 그가 얘기하는 죽음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 저의 소개보다 저자가 책에서 한 말이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으면 좋겠는지를 더 잘 보여드릴 거 같습니다.

폴은 제일 친한 친구인 로빈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있는 일이지. 독자들은 잠깐 입장이 되어보고 이렇게 말할 있을 거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목표는 바로 정도라고 생각해.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있을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물론 폴은 그저 죽음을 묘사하는 그치지 않았다. 죽음을 용감하게 헤쳐 나갔다.

책의 내용은 다른 자서전과 마찬가지로 자기 삶의 전반을 돌아보는 얘기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늘 훌륭한 사람들은 어렸을 때 어떻게 자랐을까를 궁금해하면서도 아이러니 하게도 이 부분이 자서전에서 가장 읽기 힘든 파트입니다. 저도 100페이지 남짓한 글을 겨우겨우 읽었습니다. ^^;; 하지만 여기를 지나면 저자의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겪게되는 내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죽음을 알게되고 맞이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어떻게 현실적으로 의미있게 보낼 것인지를 보여준 몇 개의 글을 소개합니다.

서로를 위해 자기 자리를 지켜줘야겠지만 필요할 때는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이런 병을 만나면 가족은 하나로 똘똘 뭉치거나 분열하거나 중의 하나가 되죠. 어느 때보다 지금 서로를 위해 각자의 자리를 지켜야 해요. 아이 아버지나 어머니가 침대 곁에서 밤을 새우거나 하루종일 병원에 있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나는 자신의 죽음과 아주 가까이 대면하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동시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통렬하게 자각한다. 문제는 사실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없다.

수년을 죽음과 함께 보낸 나는 편안한 죽음이 반드시 최고의 죽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아기를 갖기로 결정을 양가에 알리고, 가족의 축복을 받았다. 우리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도 얼마나 진실되게 살려고 노력했는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도 더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중학교 때 참가했던 어느 여름캠프에서 남자 동생들이 지어주었던 제 별명이 '쓸데없이 심각해'였거든요. 그 때 당시에는 그 별명이 별로 반갑지도 않고 이해도 가지 않았었는데, 한참 후에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가 손녀에게 지나가는 말로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자 손녀가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걸 보고 이해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른들의 '언제 한 번 밥 먹자.'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언제를 '그냥' 얘기하는 것이고 가볍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구나라구요. 그런데 최근에 들어 상담심리를 공부하면서 다시 '나에게는 별일이 아닌 남의 별일을 별일처럼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 제 생각에 도움을 주었던 책 속 글을 소개하며 오늘의 책리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때부터 나는 환자를 서류처럼 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서류를 환자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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